세종시 도시 성격 뒤집고, 특혜 남발하고, 환매권은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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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관련법 개정안 내용·쟁점

정부가 27일 관보를 통해 세종시 수정 관련법 개정안 5건을 입법예고했다. 행정부처 이전 조항을 삭제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대체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원형지 공급과 세제 감면 등 각종 특혜를 세종시에 부여하는 것은 물론 ‘역차별론’ 진화를 위해 전국의 혁신도시·산업단지·기업도시 등에도 같은 특혜를 주는 내용을 담았다.

원칙이 실종된 ‘돌려막기식 특혜 남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업 변경에 따른 원주민들의 환매권 청구를 원천 봉쇄하는 규정을 둔 것도 위헌 소지 등의 논란을 낳고 있다.

행정안전부 직원들이 27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세종시 수정 관련 법률안 5건이 입법예고된 관보를 살펴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사라진 ‘행정중심’, 뒤바뀐 도시 성격=개정안에 따르면 특별법의 이름과 도시의 명칭 및 성격 등이 완전히 바뀌었다. 당초 정부의 세종시 수정 목표였던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개정안은 특히 기존 조항 가운데 제16조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규정 전문을 삭제했다.

우선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라는 법률명은 ‘연기·공주지역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으로 바뀌었다.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이라는 기존 법의 목적이 없어지면서 연기·공주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특별법으로 위상이 낮아진 셈이다. 이처럼 법안의 명칭까지 바꾸면서도 대체입법을 하지 않고 ‘전부 개정’이란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여론 반발 등의 역풍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혜의 확대 재생산 규정=특별법 개정안은 대규모 민간투자자에게 원형지를 공급하는 조항(제18조)을 신설했다. 함께 입법예고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세종시 입주기업에 대해 법인·소득세를 3년간 100% 면제해주는 등의 세제 지원 내용을 담았다.

혁신도시와 산업단지, 기업도시 등에 세종시와 동일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당초 세종시의 ‘자족기능 확충’을 위해 나왔던 원형지 공급과 세금 감면 등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규정을 마련한 셈이다.

이를 두고 원칙도, 계획도 없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국가균형발전, 도시 땅값 등에 대한 정부 원칙을 하나하나 허물고 있다”(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는 쓴소리가 나온다.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의 반대급부로 세종시에 각종 특혜를 쏟아붓고, 이에 반발하는 다른 지역을 달래기 위해 특혜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국가재정 부담과 난개발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환매권 제한 규정 논란=개정안은 ‘토지보상법 제91조 1항 및 2항에 따라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예정 지역의 지정 고시일로부터 기산한다’는 요지의 조항(제24조 4항)을 뒀다. 법제처 측은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건설사업이 변경될 경우에만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조항을 교묘하게 손질해 사실상 행정중심복합도시 사업 변경에 따른 환매권 행사는 할 수 없게 만들려는 속셈이다.

총리실은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사업 목적의 동일성, 사업 시행 주체 및 구역의 불변성, 환매 시 사회적 비용 과다 등을 고려해 환매권 행사 제한 규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과 야당 등에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고, 환매권 청구소송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토지보상법상 정부가 공공목적으로 토지를 수용한 뒤 당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면 원래 토지 소유자가 환매를 요구할 수 있는데, 개정안이 행정중심도시를 백지화하는 것인 만큼 환매청구권 제기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앞서 이석연 법제처장도 지난 13일 “이미 법 성격상 토지를 수용한 목적이 완전히 바뀌어서 환매권 행사는 대체입법이건 전문 개정이건 필연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기업에 싼 값에 원형지를 공급하는 등 특혜를 주고 있는 개정안이 과연 공공목적을 위한 토지 수용이란 취지에 맞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출처 : 경향신문 & 경향닷컴 (세종시 도시 성격 뒤집고, 특혜 남발하고, 환매권은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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