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력 - 1582년의 달력에는 열흘이 없다!
큰 문제 없이 사용되던 율리우스력은 천 년이 넘어가면서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가톨릭이 지배하던 16세기 유럽.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기념일인 부활절의 날짜를 정하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원래 부활절은 춘분 다음 보름이 지난 첫 일요일로 정해지는데, 처음에 부활절을 제정하던 서기 325년에는 3월 21일이던 춘분이 율리우스력의 오차 때문에 조금씩 앞당겨져 1300년 정도가 흐르자 10일까지 차이가 생긴 것이다. 즉, 1년의 길이가 율리우스력의 365.25일보다는 약간 짧은 365.2422일 정도여서, (365.25-365.2422) ×1300=10.14일의 차이가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교황이던 그레고리우스 13세는 우선 1582년 10월 4일 다음 날을 10월 15로 정하여 열흘의 날짜를 줄여, 춘분이 3월 21일이 되도록 맞추었다. 그다음으로 윤일을 율리우스력보다 줄이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규칙을 정하였다.
1. 그 해의 연도가 4의 배수가 아니면, 평년으로 2월은 28일까지만 있다.
2. 만약 연도가 4의 배수이면서 100의 배수가 아니면, 윤일(2월 29일)을 도입한다.
3. 만약 연도가 100의 배수이면서 400의 배수가 아닐 때, 이 해는 평년으로 생각한다.
4. 만약 연도가 400의 배수이면, 윤일(2월 29일)을 도입한다.
이와 같은 규칙을 따르면, 400년 동안 총 97일의 윤일이 더해지므로, 1년의 길이가 365+97/400=365.2425일이 되어 율리우스력보다 더욱 정밀해진다.
러시아 정교회의 성탄절은 1월 7일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그레고리력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이 제정하였다는 이유로 이 역법을 사용하지 않은 지역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로마 가톨릭과 다른 동방 정교회(orthodox)의 그리스와 러시아는 20세기 초까지도 율리우스력을 사용하여, 날짜 때문에 웃지 못할 사건·사고가 많았다. 러시아 정교회의 성탄절이 12월 25일 대신 1월 7일인 것도 러시아가 그레고리력을 늦게 채택한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러시아 정교회는 여전히 율리우스력으로 날짜를 헤아리기 때문에, 율리우스력 12월 25일은 그레고리력으로는 다시 하루가 더 벌어져 11일 차이가 나는 1월 7일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음 그림은 유닉스(UNIX) 시스템에서 cal 명령어를 이용하여 1752년의 달력을 출력한 것이다. 9월 달력에 3일부터 13일까지 11일이 빠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영국이 그레고리력을 1752년에 채택한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